2023. 1. 15. 20:30ㆍReview


중간에 앉을 수 있는 곳이 있었다.
나에게는 가장 인상 깊은 공간이자, 작품이었다.
우선, 몸을 기대서 짧은 시간 동안 받은 자극에 따른 피로를 해소.
두 번째, 조용하지 않았다.
물론, 사람들이 떠드는 소리도 있었지만,
그 외에 '새 소리', '고무 밑창이 끌리는 소리' 등이 간헐적으로 들렸다.
운 좋게 가운데 앉아서 전체를 감상할 수 있었지만,
아쉽게 옆 사람들을 관찰하는 것은 덜 자연스러웠다.
양 사이드 쪽에 앉은 사람들은
작품 속에 다른 관객이 가로막힌,
반대로 관객에게 작품이 가로막히 경험도 했을 것이다.

처음에는 거푸집인가 싶었지만
알맹이들 사이에 이어진 것들을 통해
건담 프라모델 키트가 떠올랐다.
Torso Series 뒤에 공사장 Monument가 이어졌고,
그 뒤에 Torso Series에 나온 것 같은 모형의 Kit가 이어져서
내 멋대로 '창작', '제작', '파괴', '해체', '연결' 등의 키워드가 떠올랐다.
예술인 토르소조차 키트로 만들어서 건설하고 부수고 하는 것 같았다.

제목에 따르면 양쪽 신체 부위 중 어딘가라는 건 알 수 있지만,
b&w가 뭔지는 알 수 없었다
저렇게 제목을 지으면서 작가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1) 숨기고 싶은 무언가를...
2) 숨기고 싶지만 그래도 알았으면..
3) 퀴즈를 풀려고 생각을...
4)노력하지 말고 어느날 갑자기...
의도가 뭐든 간에 나는 저게 무엇인지 알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초반에 봤던 <Hair Portraits, 2015-2022>이 떠올랐다.
그걸 하다가 이걸 하나 더 하지 않았을까?
딱히 이유는 없이 맛있는 T-Bone 스테이크를 파는 레스토랑
한 벽면을 장식하면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화살표는 머리가 넘겨진 방향이나
머리에 바람이 닿는 걸 표현한 것 같았다.
마치 헤어드라이기를 쓰는 것 같이...

이전에 나왔던 흑백의 <Body Part b&w 2018-2020>와는 달랐다.
힌트를 더 주고 싶은 건지, 전화는 왜 들고 있는 건지,
이유를 알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번엔 파란색 화살표 대신 흰색이 등장했다.

두 번째로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제목과 형태가 전혀 연결되지 않아서
나는 억지로, 억지로 저 안에서 빨강과 계단을 찾으려는
'불편한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림과 상관없이
빨간 계단이 쭉 늘어진 모습을 상상해보니,
그것 역시 불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내 식대로 해석한 것이지만
빨간 계단을 그냥 저렇게 표현한 것은
내가 글을 쓸 때, 꼭 배우고 싶은 기술이다.
나는 종종 내 글에서 쓰고 싶지 않은 단어가 있는데
그걸 쓰지 않고서는 다음 문장으로 넘어가지 못해서
억지로 바꾸려거나, 마지못해 넣는 경험을 한다.
내 글의 Red Stairs를 어떻게 하면 납작하게 전달할 수 있을까?

순간 미용실에 온 줄 알았다.
세월의 흐름, 나이가 들어감. 이런 거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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